
평균수명의 증가로 노년기가 20~30년 연장되면서 60세 이후 새로운 동반자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활기찬 삶을 향한 적극적 선택이 초고령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65세 이상 재혼 증가, 여성이 남성의 두 배
# 2년 전 사별한 아내와 워낙 잉꼬부부처럼 지냈기 때문에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집니다. 여생을 혼자 보내려니 앞날이 두렵고 불안합니다. 前 배우자와 일곱살 차이였기에 가급적 그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차분하고 조신한 성품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성’과 재혼하고 싶습니다. (77세. 175㎝의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형. 공무원 퇴직 후 연금과 주식으로 생활. 서울 거주)
# 요즘엔 저녁만 되면 부쩍 외롭고 우울합니다. 前 배우자가 외도와 가출을 일삼아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못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청춘으로 돌아가 젊은 감각의 남성과 재혼해서 연애하는 기분으로 살고 싶습니다. 연하 3세부터 연상 4세까지로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의 핸섬한 남성’을 소개해 주십시오. (67세. 162㎝의 밝고 여성스런 이미지. 빌딩 임대업. 2010년 이혼. 경기도 거주)
위 내용은 국내 유명 재혼정보회사 ‘온리-유(대표 손동규)’에 황혼 재혼을 신청한 사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65세 이상 재혼이 전년 대비 남성 6.4%, 여성 15.1% 증가했다. 같은 해 전체 재혼이 남성 1.0%, 여성 2.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고령층 재혼이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여성의 황혼 재혼 증가율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높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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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고령화와 높은 이혼율이 주 요인
20년 이상 재혼상담을 진행해 온 손동규(70) 대표는 황혼 재혼 증가의 배경에는 ▲고령화와 평균수명 연장 ▲이혼 증가 및 가족 구조 변화 ▲이혼·재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여성의 경제적 자립 수준 상승 ▲정서적 안정과 돌봄의 필요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노년층의 건강과 삶의 질이 향상되어 남은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커졌다. 50~60대도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재혼을 고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무엇보다도 여성의 경제적 자립 확대와 사회적 지위 상승이 재혼 선택을 더 자유롭게 만들었으며 재혼을 새로운 삶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빠른 고령화와 높은 이혼율을 황혼 재혼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가 1,024만명(전체 인구의 20.0%)을 넘어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런 가운데 이혼이 9만 1,151건으로 집계되었으며 이혼의 평균 연령은 남성 50.4세, 여성 47.1세로 나타났다. 젊은 부부의 이혼이 줄어든 반면, 중장년과 고령층의 이혼은 꾸준히 늘면서 60세 이후의 재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재혼하면 유족연금 중단, 제도적 걸림돌도 산재
한편, 황혼 재혼은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보장·복지·법 제도는 여전히 초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혻
인천에 거주하는 김연자(73, 가명)씨는 3년 전 재혼 후 유족연금 지급이 중단됐다. 10년간 받아온 월 80만원의 유족연금이 재혼과 동시에 끊긴 것이다. 그는 “현 남편이 연금이 많지 않다. 재혼했다고 해서 형편이 나아지는 게 아니다. 생활비로 쓰던 유족연금이 사라지니 경제적으로 버겁다”고 말했다. 공수희(68, 가명)씨는 최근 좋은 사람을 만났지만 연금이 끊긴다는 얘기에 재혼을 주저하고 있다. 그는 “사실혼으로만 살까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적발되면 연금을 환수당한다고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사별 후 재혼(사실혼 포함)으로 유족연금이 끊긴 건수는 연평균 1,090건에 달한다. 반면 이혼자가 받는 분할연금은 재혼 후에도 유지된다. 혼인 기간에 쌓인 국민연금을 나눠 받는 분할연금은 재혼과 무관하게 지급되기 때문이다. ‘사별 후 재혼’만 불이익을 받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재혼 이후에는 소득과 부양 여부에 따라 연금 제도를 더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유족연금을 계속 지급할 경우 이중 수령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재정 건전성과 형평성을 함께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상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황혼 재혼의 증가와 더불어 나타나는 현실적 문제 해소를 위해 상속, 재산권, 연금, 주거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미아 차장 miasong@igoodnews.or.kr